2008년 02월 03일
에반게리온, 2년만의 재회
/ 안노 히데아키,츠루마키 카즈야,마사유키
나의 점수 : ★★★★★
이른바 에바 세대라고 하는 연대에 포함되는 나지만 정작 에반게리온을 온전히 보게 된 것은 굉장히 늦은 시기였다. 2005년, 3년째 이어지던 지겨운 수능을 끝내고 TV판부터 극장판까지 뒤늦게 접하게 되고 그제서야 나는 에반게리온이 거대로봇물의 포맷을 빌려온 심리드라마라는 걸 알았다. 에반게리온 자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96년 대원에서 비디오가 발매되면서 TV 광고를 때려대기 시작했고 그런식으로 뜬금없이 접한 탓에 처음에는 그저 멋있는 액션씬이 난무하는 로봇물인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서 그 이후에도 어중이 떠중이로 주섬주섬 알게되는 식이 계속 이어진 탓에 에바라는 작품의 실체를 알고나서 받은 충격은 꽤 컸다. 하지만 그런 충격도 잠시뿐이었고 에바라는 작품은 나 개인과도 부합하는 면이 굉장히 많았기에 충격을 딛고 난 뒤에는 오히려 보다 제대로 작품에 대한 이해를 갈구하던 차에 작년 신 극장판 소식이 들려왔고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초대에 이어 급기야 CGV체인을 통해 정식배급이 되기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개벽했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늘 강남CGV에 가서 드디어 그 실체를 확인하고 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파트너가 한명 있어야 됐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안 맞는 탓에 결국 혼자서 작품을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우선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에바의 느낌은 17인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봤던 그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틀렸다. 이는 단순히 영상이 재구성되고 새로운 작화로 꾸며진 신판이어서만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형언하기 힘들지만 작품에 대해 와닿는 느낌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 또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거에 감상하며 신경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음미하려고 노력한 탓에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남는 것들이 매우 많았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성장과정상의 문제때문일까? 고립되어 외톨이가 된 존재라는 포인트에서 유난히 에바 서의 감상에 포인트가 중점되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일에 몰입해서(워커홀릭?) 자식을 돌보듯하게 되고 어릴적부터 사랑이 결여된 채로 성장한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특히 개인적으로 TV판과 극장판을 감상할때도 감정적으로 몰입이 됐던 캐릭터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부터 막판의 극적인 각성까지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기만 했다. 미사토와 만나며 그녀의 맨션에서 함께 살 게 되는것이 결정되고 집 앞의 대문앞에 서 있는 장면을 집 안과 집 바깥의 중간위치에서 잡은 카메라 포커스는 특히나 강한 인상을 줬다. 그리고 에바 서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야시마 작전에서 라미엘에게 저격당한 이후 변화한 신지의 모습은 레이의 미소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미사토나 레이, 리츠코 역시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속에 고립되어가는 개인의 존재가 반영되었다는 관점에서 감상에 주력했다.
이런 극적 구성이나 인물관계도 놓칠 수 없는 요소였지만 역시 신 극장판답게 새로 그려진 작화와 일부 변경된 설정, 더욱 웅장해진 BGM은 눈을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가? TV판 구작화와의 병행으로 여러 설정부분의 변경 요소를 뚜렷히 대비해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런 부분이 위화감보다는 오히려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에바 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야시마 작전에서 보여진 라미엘의 공격 모션이나 패턴의 변화는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3신동경시의 전개에서도 시대의 발전에 따른 화려한 영상미가 유감없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사기스 시로의 지휘하에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스튜디오 오케스트라의 대동하에 새롭게 녹음되고 어레인지된 BGM은 그 박력을 한껏 더했고 재즈스러운 느낌이나 어쿠스틱 감성의 곡들 역시 마음을 흡족히 해주며 5월에 나올 OST 역시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테마곡이었던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는 유난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TV에 뜬 PV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부른 라이브 무대에서만 해도 도저히 에바와의 매치가 상상되지 않았는데 정작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오는 동안의 Beautifulf World는 더 없이 에바 서의 핵심을 잘 읽어낸 가사의 곡이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Fly me to the moon이야 말로 뜬금없는 재즈 스탠다드를 가지고 와서는 써먹었던 것이니까.(물론 달에 대한 연관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마지막에 등장한 파 예고편은 서에 비해 더욱 변화된 모습으로 인해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나를 들뜨게 만들어버렸다. 원작이 나오고서 10년이 넘는 시간 안노 감독의 심중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 by | 2008/02/03 19:58 | My Screen sto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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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 확실히 그 부분은 저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예전에 들었던 앨범들 샘플을 들으면서 다음번에 일본 가면 중고로 모두 쓸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