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버림받은 그녀의 이야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나카타니 미키,에모토 아키라,시바사키 코우 / 나카시마 테츠야
나의 점수 : ★★★★★

 여러분들은 어린 시절 어떤 인생을 꿈꾸셨습니까? 그리고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의 꿈을 이루셨는지요? 여기에 굉장히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여인이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카와지리 마츠코. 어린 시절 그녀는 늘 아픈 동생만을 신경쓰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했기에 아버지가 원하는 길을 걸었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아버지가 자기를 등한시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만 합니다. 여기에 인생이 이상하게 꼬여서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는 늘 자신을 걱정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가족에게 되돌아가기에는 자기 스스로가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그 사랑과 고독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자 늘 찾아 헤매고 그것이 상대의 폭력으로 결과가 되돌아오거나 잘못된 방향을 걸어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그 상대가 떠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랑의 부재와 고독해지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욱 무서운 것이니까요.

 야마다 무네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된 본 영화의 스토리는 참으로 잔인할 정도로 주인공에게 매정합니다. 원작은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딱히 비교해서 평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일본영화 특유의 매력을 200%는 발휘한 수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래 CM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상은 스토리 자체의 암울함과는 별개로 참으로 수려하게 펼쳐집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영화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꽃과 비라는 매개체일것입니다. 본작에서 마츠코의 삶을 그려내는 데에 있어 전자의 두가지 매개체는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의 밝은 희망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카메라에 마츠코가 혼자 잡히는 구도가 되면 그녀의 주변에는 늘 꽃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줄곧 어둡기만 한 그녀의 인생, 그리고 작중에서 '비와 관련해서는 좋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싫다'라는 그녀의 대사로 비가 가지는 무게가 표현됩니다.

 특히 뮤지컬적인 전개가 내포되어 있는 본 작품에서는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붕어빵을 만들면서 팥을 안 넣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선 본 작품의 주제곡과 다름 없는 보니핑크의 LOVE IS BUBBLE입니다. 마츠코가 소프걸로 활동하는 상황의 씬에서 시종일관 흐르는 노래이기도 한데 마츠코가 소프걸 활동을 하던 시절이 1971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의미심장하기만 합니다. 당시의 일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특수를 계기로 패전을 딛고 산업발전에 재기하던 시절이었고 그렇게 국가의 경기가 활성화를 띄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흥문화는 발전하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하에 윤락산업 역시 활기를 띄었을 것이고 노동으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우리의 언니들이 풀어주는(?) 것인데 가사를 직접 보시면 더욱 곡과 작품간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발견하실 수 있을겁니다. 특히 사랑을 갈구했지만 늘 그 결과는 거품과 같이 한순간에 사그라들뿐이었고 극중에서 온몸에 거품을 바른채 고객의 몸을 열심히 애무하는 마츠코의 심정도 동시에 대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편 마츠코가 형무소 생활을 하는 중에 흐르는 BGM으로는 웬걸요. 무려 힙합입니다. 그러나 쇼와시대와 힙합의 언밸런스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곡은 AI의 What Is A Life로 이 역시 마츠코의 삶을 대변하는 곡입니다. 특히 마츠코역을 맡았던 나카타니 미키 역시 같이 참여했기에 곡의 임팩트는 LOVE IS BUBBLE만큼이나 강력합니다. 더불어 과거 자신이 제자였던 류 요이치와의 관계가 나오는 씬에서 흐르는 캐나다 출신의 신성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의 스윙감 넘치는 스탠다드 팝은 본 작품과 더없이 잘 어울리기만 합니다.

 한편 영화 자체 외에 의외로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제법 많다는 것도 본작의 특징입니다. 마츠코가 살았던 시대에 일어났던 여러 일들이 그녀의 방에 있는 TV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면서 가끔씩은 여기에 코미컬한 연출이 더해지기도 하며 아라카와강 근처에 거주하던 때에는 80년대 쟈니즈의 아이돌 스타중 하나였던 히카루 겐지의 팬이 되었다는 사실도 영화판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입니다. 여기에 의외의 게스트들이 일본음악에 대해 좀 안다 싶은 사람에게는 굉장한 즐거움을 줍니다. 오프닝에서 시부야의 대형비전에 등장하는 키무라 카에라, 소프샵의 매니저 아카키로 등장하는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의 야나카 아츠시, 소프샵의 동료 아야노에 BONNIE PINK, 형무소에 같이 수감되어 있는 여자 죄수에 AI가 등장해서 배경에 흐르는 BGM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참 보면서 자주 놀랐습니다.(다만 작중의 배경설정이 2001년이란걸 감안하면 키무라 카에라의 노래가 시부야에 흐르는건 은근히 옥의 티. 참고로 카에라의 데뷔는 2004년) 더불어 남자들이 좋아하는(?) 아오이 소라도 등장하기도 하구요.

 어쨌든 뒤늦게나마 좋은 작품을 접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회가 되면 원작과 TV드라마도 모두 접해보고 싶습니다.

by 시북군 | 2008/03/23 20:07 | My Screen st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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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버림받은 그녀의 이야기 처음에 드라마판을 봤을때는 영화판이랑 크게 다를게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영화판의 경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의향으로 인해 원작 ... more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8/03/23 20:09
소x 아x이?!
Commented by 산왕 at 2008/03/23 20:29
멋진 영화였죠^^
Commented by 시북군 at 2008/03/24 22:03
알트아이젠/ ㅎㅎㅎ; 예, 그 푸른하늘 맞아요. 저도 처음에 흠칫했다는...

산왕/ 요 근래 본 일본영화중에선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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