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듀란 광란의 한국 집회를 되돌아보며...

 뜬금없는 기회의 순간. 듀란듀란을 알고 난 이후 그들의 공연을 무지하게 보고 싶었던 찰나 새 앨범 'Red Carpet Massacre'의 투어일정에 한국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주중에는 알바로 인해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조절해서 가겠다는 일념하에 티켓오픈당일에 스탠딩석으로 잽싸게 예약을 끝마쳤다. 그리고 그 순간이 드디어 찾아왔고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Set List

THE VALLEY
HUNGRY LIKE THE WOLF
PLANET EARTH
RCM
NITE RUNNER
NEW RELIGION
FALLING DOWN
COME UNDONE
SKIN DIVERS
THE REFLEX
A VIEW TO A KILL
TEMPTED
WHITE LINES
SAVE A PRAYER
GIRLS ON FILM
ORDINARY WORLD
NOTORIOUS
SUNRISE
WILD BOYS

E:
RIO

(출처: 듀란듀란 오피셜 팬 커뮤니티)

 7시가 조금 넘어 공연장소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도착해 입장했을때는 여러모로 벅찬 기분이었다. 이미 도쿄돔이라는 스타디움급 클래스의 공연장까지 다녀온터라 체조경기장이 그토록 작게 느껴질 수가 없었는데 국내 공연시장상 그 같지도 않은 공연장의 아레나석에서 한번 공연 보려면 무지막자한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터라 지금까지 늘 스탠드석에서만 만족했던 공연을 아레나에서, 그것도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중 하나의 라이브를 볼 수 있다는건 참으로 유쾌한 일이었다. 그런탓인지 딱히 화려한 무대시설도 아니었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실제로 사운드도 지금까지 들어온 것 중에서는 제일 좋았던 것 같았다. 객석입장이 늦는탓에 시작이 늦어졌고(어짜피 지각공연할 거라는건 미리 예상했다) 10분, 20분이 흐르고 25분쯤 되서 30분되면 시작하겠지 하고 손목시계에서 눈을 떼고서 얼마 안 있어 장내의 조명이 모두 소등되었다! 무슨 호러영화라도 찍을 듯한 분위기의 오프닝이 흐르고 무대의 배경으로부터 멤버들이 등장하자 원조 빠순이의 중년 여성분들 혹은 30대 여성분들의 광란의 함성이 몰아닥쳤다.

 첫 곡은 투어 타이틀인만큼 예상대로 THE VALLEY. 사실 앨범을 들으면서 밴드 멤버들의 역할이 꽤나 축소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레코딩시 팀벌랜드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했을거라 예상되는 역할(전문용어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주기적으로 비트를 찍어넣는)을 베이스의 존 테일러가 대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의 컨셉을 잡으면서 앤디 테일러와 다시 틀어져서 앤디가 또 재탈퇴를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실제로 'Red Carpet~' 앨범의 곡들에서 기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Tempted에서는 아예 기타는 손 놓고서 코러스만 하기도 했을 정도니. 그래도 앨범에서는 '이건 나의 듀란듀란이 아냐!'라고 외쳤던 거에 비해 의외로 공연에서는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로 괜찮았다. 여기에 전성기의 히트곡이 하나 둘 적당하게 새치기를 해주니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과거 히트 넘버들이야 뭐 전부 좋았던 관계로 굳이 할말이 없을 정도.

 정말이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아티스트의 라이브에 전성기의 히트 넘버들까지 그 어느 하나가 아쉬울 게 없었다. 매스컴에서는 나이든 멤버들의 모습에 유난히 촛점을 맞추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한번 횽은 영원한 횽이라고 사실 일반 성인에 비하면 굉장히 준수하게 늙은편이 아닌가? 오히려 미중년으로 진화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거 같다. 사이먼과 닉의 경우 살이 좀 붙긴했지만 그래도 조르지오 아르마니 디자인의 스테이지 의상은 잘만 어울렸다. 또 존&로저 테일러는 뭐 늙었어도 한없이 뿜어대는 간지에 누님들이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으니. 여기에 횽아들의 멋진 무대매너까지 첨가되니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보였다. 사이먼은 무려 인사말을 한국말로 준비했고 닉은 무대에서 객석의 사진을 찍어대는 여유까지 보일 정도였다. 존은 원조 오빠부대들을 위해 한번씩 살인미소 날려주고. 여기에 같이 대동한 흑인 여성 코러스와 색소포니스트도 횽아들의 무대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건 이미 라이브의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종교집회라 봐도 될 것이다. 듀란듀란을 믿는 사람들이 그네들을 영접하는 그런 집회라고 하면 될려나.

 19년만의 내한. 과거 이 오빠들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찾아온 중년팬들도 좋았겠지만 나처럼 듀란듀란과는 상관 없는 세대에게도 그네들은 충분히 멋진 모습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어디 남녀노소가 있겠는가? 비록 돈은 안 되겠지만 나중에 또 와주길 바랄뿐이다.

by 시북군 | 2008/04/19 00:15 | Sweetest Coma Agai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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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엿남작 at 2008/04/19 15:47
아 뷰투어킬 ㅜㅜ

존 테일러 한 십여년 전인가
섹스피스톨즈의 스티브 존스와 GNR 멤버들과 한
펑크밴드에서 대단했었는데요...

존 테일러의 숨겨진(?) 광기를 볼 수있었는데...

좋은 공연 보신것 축하 드립니다.
Commented by 시북군 at 2008/04/19 22:54
엿남작/ 뷰튜어킬에서 쓰러졌죠. 물론 과거 히트넘버들 모두 작렬했습니다. 하여튼 언제 또 오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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