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28일
THE TOUR OF MISIA DISCOTHEQUE ASIA IN SEOUL

너무도 짧게 느껴진 2시간이었습니다. 시작은 원래 시간보다 40분 늦은 5시40분에 시작해서 전광석화처럼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사실 글을 쓰겠다고 일단 키보드는 열심히 두들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미샤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단지 음악 듣는 게 그냥 좋을뿐이고 또 미샤의 명성은 굳이 그녀의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예전부터 일본음악에 지속적으로 담금질을 하고 있던 입장에서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으니까요. 하여튼 그녀의 내한소식 이후 예전에 에이벡스로 이적하면서 발매된 5주년 싱글 콜렉션 한장을 덜렁 구해다가 몇번 들어보고서는 회장으로 향했지만 사실 크게 도움은 안 됐습니다.; 이번에 1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리믹스 앨범에 첨부된 곡 라인을 중심으로 짜여진 셋 리스트였는지 아는 곡보다는 모르는 곡이 더 많았지만 음악이라고 하면 주는대로 아무거나 다 받아듣는 저한테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 서문은 후딱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입장은 꽤나 늦은 4시30분경부터 이뤄졌습니다. 5~6천명 사이를 수용하는 준 아레나 클래스의 체조경기장임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이미 삐그덕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제 시간에 입장 안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입장 시간까지 늦어지다보니 공연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건 필연적이었지만 만명도 안 넘어가는 회장에서 사람이 다 안 들어와서 40분이나 공연이 늦어지는 건 한국이 유일할 거 같습니다. 음, 근데 회장에 들어서서 무대를 바라보고서는 잠시 아연실색했습니다. 어쨰서 키보드 파트만 두 대씩 있는것이고 드럼은 어디가고 퍼커션만 있으며 또 기타와 베이스 세션을 위한 앰프는 어디간거냐! 라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나온 앨범 자체가 리믹스 앨범이다보니 그에 맞춰서 풀 세션을 대동하는 정규 라이브의 형태를 벗어나서 DJ용 턴테이블과 샘플러를 비롯한 프로 오디오 장비를 중심으로 배치시켜 놓은걸 보니 클럽 스타일로 변용한 듯 싶었습니다. 그밖에 이런저런 기자재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밴드마스터 양반이 사용하는 키보드와 퍼커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맥 북을 한대씩 붙여놓았고 스트링과 그밖의 악기 사운드를 컨트롤하는 컴퓨터 담당에는 파워맥인지 맥프로인지 싶은 데스크톱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퍼커션도 이펙터를 사용할 정도로 기계적인 측면에 의존하는 부분이 높았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사실 좀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공연 컨셉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뿐더러 공연 시작 초반에만 해도 분위기가 굉장히 설익었던지라 차라리 비트로 왕창 무장해서 무식하게 때려넣는 쪽이 그나마 분위기를 띄우는데 도움이 됐었다고 본지라 그냥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대의 주인공인 미샤, 라이브에 능숙하고 노래 잘 부르는거야 세간에 다 알려진 사실이니까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거 같고 다만 개인적으로 정말 놀란게 앰프를 통해서 엄청나게 증폭되는 악기들의 소리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그 중심에 굳건히 유지시키는 파워에는 그 작은 체구와는 도저히 매치가 안 되서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확실히 티켓예매의 상세페이지에 있던대로 꽤 화려한 라이브이긴 했지만 라스베이거스 운운하는건 솔직히 오버였다고 보고 부득불 준중형 클래스의 회장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화기를 사용하는 특수효과(불꽃, 화염)와 공연중반에 플로어석에 굴려넣었던 대형 비닐볼, 무대에 설치되있던 사소한 은막기둥이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그거 아니라면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홀 규모의 회장을 잡는것이 그나마 적자를 덜 보는 선택이었을것인데 이번 라이브로 인한 적자로 과연 미샤가 DEEN의 전철을 밟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적지않게 들었습니다. 2004년에 4차(?) 일본음악 개방이 이뤄지면서 당시 첫 타자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다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를 달고서 DEEN이 내한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참담했지요. 저 역시 당시 공짜티켓으로 갔던 만큼 할 말은 없지만 대신 그 때를 계기로 팬이 되서 정규앨범은 모두 모았고 그에 대한 충성심으로 올해 6월 무도관에서 있었던 15주년 라이브를 다녀옴으로써 나름 면죄는 치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적자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둘째로 저를 더 멍하게 했던건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수동적인 호응이었습니다. 당시 DEEN 조차도 실제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본 무대 시작과 동시에 전원이 스탠딩 모드가 됐던것과는 달리 공연이 시작을 해도 전부 의자에서 떨어질 생각도 안 하고 오히려 혼자 흥분해서 일어났다가 괜히 뻘쭘해지기까지 하는 경험을 맛 보고 심지어 제일 앞줄의 경우 경호원들이 오히려 앉으라고 제지를 하는데서 순간 기도 안 차서 잠시 넉을 놨습니다. 뭐 미샤가 등장하고 나서도 꿋꿋히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모습을 본인이 보기도 했으니 한국 이외의 아시아 투어 국가들 성과와 비교했을때 성에 안 차면 두번 다시 안 와도 할 말 없죠.(일단 제가 아는 한도에서 대만에선 일단 1만명 동원이니 당장 숫자에서도 밀려버렸음) 예전에 모처에서도 이런 글이 올라왔었지만 저 역시 우리나라 관객들이 매너가 좋다는데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장 즐기려고 하는 사람만 즐기려는 자세를 취할뿐이지 그밖에는 전부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준비자세도 안 갖추는데 말이죠. 일부만 라이브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상황에서는 결코 그걸 전체적으로 관람매너가 좋다고 확대해석하는건 그닥...
어쨌든 저는 신나게 잘 봤고 만약 두번 다시 오게 된다면 그 때는 부디 제대로 된 풀 세션 구성으로 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만약 안 온다면 DEEN처럼 지금부터 팬질 시작해서 나중에 일본으로 날라가서 볼 지도요.

p.s: 퍼커션 플레이어... 나중에 알고보니 초창기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의 중핵이었던 ASA-CHANG이었다는 사실에 경악연발. 그밖에 DJ TA-SHI는 92년 DMC일본 챔피언 출신으로 이래저래 다수 활동. 매니퓨레이션 키보드 담당이었던 스도 고는 타카하시 유키히로, 카와무라 류이치, 사카모토 미우, TOKIO, 샤란Q, 이마이 미키 등의 라이브 세션으로 활동. 밴드마스터인 시게미 토오루는 Kiroro, KinKi Kids, SMAP,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의 편곡 및 라이브 세션에 참가하고 1986년부터 야마시타 타츠로의 서포트 멤버로 활동중.
# by | 2008/09/28 23:36 | Musik | 트랙백(1)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MISIA 내한공연: 080928
데뷔 1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드디어 성사된 MISIA의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콘서트에 대해서는 잡상란을 통해 몇번 언급했었는데, 사실 전 '공연을 한다면 냅다 달려갈만한' 뮤지션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고민할 여지가 별로 없는 뮤지션이 내한하는 기회라는 게 개인적으로 그리 흔치는 않은지라, 나름 서둘러 R석으로 예매를 했더랬지요. 콘서트는 올림픽공원 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공연 시작시간인 5시가 되었음에도 불......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