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이야기9. 교섭인~THE NEGOTIATOR~

 지금까지 일본과 그밖의 나라에서 교섭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등장시킨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사히TV에서 올해 1분기에 방송했던 형사물을 소재로 한 연속드라마로 꽤나 독특한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히 여성 교섭인에 대한 경찰 내부의 편견과 불신 그 이상을 넘어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의 SP에 비해 훨씬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서스펜스 지향의 색채는 제법이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경시청 수사1과 특수범 수사계(통칭 SIT) 5계에 배속되어 있는 첫 여성 교섭인 우사기 레이코 주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단 남성중심사회속에서의 여성이라는 측면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외흥보용으로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상부에서 대충 짜맞춰서 배치한 인사 덕분에 우사기는 조직안에서 발 붙이고 있을 곳이 없고 심지어는 여경들에게도 조롱받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정작 그녀의 실력 자체는 SIT 5계의 관리관인 키리사와 케이고 총경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조직속에서 아무한테도 대접받지 못하고 소외된 분위기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린것은 좋지만 안타깝게도 본작에서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상당히 어중간한 모양새를 보입니다. 작중의 배후에 숨어있는 거대한 조직의 음모극을 내포하는 서스펜스극을 그려내려고 하다보니 이 와중에 여성이 남성들의 집단속에서 살아남는 모양새보다는 음모극과 연관된 베일을 풀어나가는 우사기의 모습을 그려내려는 것과 서로 상충되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우사기역을 맡았던 요네쿠라 료코의 캐스팅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좀 강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인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소화해내는 것까진 좋았는데 극중에서의 연기나 표정, 말투에서는 뭔가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주변인물들과의 갈등의 해소라던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변화에 대한 포착도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일본의 시즌제 제작 방식일것인데 1분기 단위로 나뉘는 분량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중요한 핵심을 뽑아내는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정작 그 핵심에 다가가면서 발생하는 주변 상황에 대한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그냥 넘어가버리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교섭인 역시 그 제작상의 한계속에서 발생하는 핸디캡을 벗지 못한 부분이 주요했습니다. 물론 제작환경에 따른 문제 이상으로 각본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키리사와 총경의 우사기에 대한 태도가 초반과 후반에 비해 너무 급격히 바뀌는데 정작 그에 비해 정황설명은 납득하기도 전에 짧고도 순간적이었으며 우사기의 선배인 키자키 세이치로 경감과 하세베 쿠니오 경위의 우사기에 대한 태도변화 역시 수긍하기가 힘듭니다. 극중에서 우사기가 경찰 내부의 음모와 연관이 있다고는하지만 그 내면을 알게됐다고 혐오감이 동정심으로 돌변하는건 지극히 황당할 따름입니다. 이런 이유로 극 초반에 묘사됐던 사회속의 성에 대한 편견에 대한 구도 자체도 결국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완전히 흐지부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덤으로 극중 우사기의 동태를 몰래 감시하는 역으로 나왔던 아마리 유스케 경감은 도대체 뭐하러 나온 캐릭터인지 알 수가 없을정도로 존재의미가 명확하지 않았고 결국 끝에서는 아무 역할도 없이 무대 뒷전으로 밀려나버리면서 인물배치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에러가 많은 작품이었지만 그렇다고 본작이 장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교섭반원의 활동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는 오히려 지금껏 일본에서 나온 교섭인을 소재로 한 작품중에서는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본작을 제외하고 가장 근래에 나온 작품중에서는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의 대수사선 시리즈일것인데 유스케 산타마리아가 연기했던 마시타 마사요시의 경우 당장 캐스팅 자체부터가 그다지 진지하게 몰입이 불가능한데다 실제로 극중에서도 교섭인의 진지함보다는 아오시마에 밀려서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기 일쑤였고 그나마 주연으로 나왔던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에서도 헐리우드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교섭반의 역할은 역시 보조적인 수준에서 그쳤지만 본작에서는 교섭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춰 현장의 긴장감과 교섭과정에 투입되는 온갖 기술적인 측면의 활용을 보여주는데 보다 할여하며 작품의 제목대로 내용을 충실히 했습니다. 특히 용의자와 접촉하면서 기분과 말투, 습관등을 통해 정보를 모아 특징을 도출해내서 상황에 맞는 작전을 구사하는 모습은 본작이 지닌 최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작품의 스케일을 살리기위해 경찰 조직 내부의 음모와 내부고발, 5년전 있었던 불량소년집단의 농성과 여기에 얽힌 SIT 5계의 실패 그리고 우사기의 과거사가 하나로 모이며 의외로 짜임새 있는 전개가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단점속에서도 정작 가장 흐트러지기 쉬울 스토리의 구성을 안정적으로 편성한 덕분에 여러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특히 이 과정속에서 개성적인 캐스팅이 빛을 발휘했는데 불량소년집단의 리더이자 최종적인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마리야 쿄스케를 연기한 시로타 유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절대적인 범죄자이면서도 어린시절의 성장과 얽힌 정신적인 장애를 지닌 독특한 캐릭터를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히 내면화했고 키리사와 총경의 진나이 타카노리의 경우 개인적으로 접한 작품에서 모두 가볍거나 혹은 쾌활한 성격의 이미지만 접한 탓에 우사기 못지않게 어둠에 침잠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모습에 의외의 일면을 발견함과 동시에 작품을 살려준 대표적인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통 스포일러를 감수하고서 글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스토리는 최대한 배제하고서 나름 교섭인이라는 작품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사람에 따라 틀리겠지마 나름 놀라운 결말이 뒤에 숨어있는만큼 제가 그걸 모두 공개하는건 재미없을테고 방영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스페셜도 대기하고 있는만큼 흥미가 가신다면 한번 접해볼 것을 권합니다.

by 시북군 | 2008/10/05 15:01 | Entertainment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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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일드이야기10. 언페어
일드이야기9. 교섭인~THE NEGOTIATOR~ '세상에 공정(fair)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에는 눈, 복수에는 복수, 언페어에는 언페어를'라고 늘 인트로를 여는 것이인상적인 이 작품은 하라 타케히코의 소설 '추리소설'을 기반으로 각색되면서 굉장히 다양한 색깔을 띄는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인 범죄 스릴러에 경찰이 작품의 배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형사물적인 요소에 주인공의 비극적인과거가 얽히는 복수극......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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